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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 [국제신문] 범죄피해의 치유 / 기고 정우건 (경상대학교 교수, 통영센터 이사)
  • 등록일  :  2017.11.01 조회수  :  114,839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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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만731건’. 2015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전체 범죄 건수이다. 2014년에 비해 7.9%, 10년 전보다는 10.5% 증가했다. 이 중 형법 범죄는 104만7000여 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26.5% 증가하였고, 흉악 범죄는 3만5139건으로 지난 10년간 61.8% 증가하였다. 강력범죄 피해자는 여성이 많다. 2006년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은 81.1%였다가 2009년까지 감소하였으나 2010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여 2015년 88.9%로 나타났다.



    요즘은 뉴스 보기가 무서운 세상이다. 조그만 범죄에서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흉악한 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범죄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범죄는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물질적·정신적 고통을 준다. 범죄피해자보호법에 의하면 범죄 피해자는 타인의 범죄 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과 그 배우자, 직계 친족 및 형제자매이다. 또한 범죄피해 방지 및 범죄 피해자 구조 활동으로 피해를 본 사람도 범죄 피해자로 본다. 그뿐이 아니다. 범죄 사실을 인지하여 경악하거나 두려워하는 국민까지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범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대사회에서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형벌 위주의 정책과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을 치유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익 바캉은 미국이 1970, 1980년대에 강력한 형벌 위주의 정책을 펼쳤으나, 발생 범죄는 4배, 교도소 수감자는 5배 폭증한 것을 근거로 형벌 강화 정책이 범죄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형사정책은 ‘가해자의 처벌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범죄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로 개념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범죄피해자보호법이 1987년에 제정되어 피해자에 대해 재정적·정신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범죄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방안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범죄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인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원은 법무부 등 관련 기관과 전국 59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서비스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 피해자의 정신적인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다. 정신적인 상담과 치유를 위해서는 심리상담 전문가가 상주하여 꾸준히 대화하고 마음을 치료해 주어야 한다.



    둘째, 범죄 피해자 지원 조직 간의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가 필요하다. 범죄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관계 기관·단체 간에 협의체를 구성하여 조직 간 중복 사업을 지양하고 각 부문별 성격과 역할에 따라 사업을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꼭 제안하고 싶은 것은 ‘범죄 피의자’의 가족과 지인을 보호하고 관리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범죄 피해에 대한 지원은 주로 범죄 피해자 당사자와 그 가족에 한정되어 있다. 얼마 전에 경남 어느 도시에서 발생한 여교사의 성 관련 사건에서도 신상털기에 의해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가족 중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면 가족은 거주지에서 더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범죄피해지원조직에서 특별히 범죄 피의자의 가족도 돌봐 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넷째, 언론의 역할과 기능도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각종 SNS 매체를 통하여 피의자와 그 가족의 신상을 털고, 기자는 앞다투어 피의자의 집을 찾아가 취재 경쟁을 벌이며, 이웃들에게 피의자의 평소 생활을 묻는 등의 인터뷰를 요구한다.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 가족의 인권과 고통도 중요하다는 점을 언론은 잊지 말아야 한다.지난 10월 중순 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제4회 ‘다링(Daring)’ 공익 캠페인이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주최로 열렸다. 다링은 범죄 피해자를 위해 하나의 원(Ring) 안에서 다 함께한다는 뜻으로, 이날 행사에서는 범죄 피해자의 수기 공유, 홍보 등 범죄 피해자의 보호·지원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범죄를 줄이기 위한 따뜻한 나눔과 배려를 보여준 것이다.



    점점 추워지는 계절, 내 주변에 있는 범죄 피해자와 피의자의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결과는 ‘202만731’이라는 숫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경상대 해양식품생명의학과 교수 / 사)통영·거제·고성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71101.22030010491